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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라와 나라 사이에 그어진 국경이란 경계선은  


내 마음대로 없앨 수 없지만 너와 나를  


구분 짓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경계선은  


이렇듯 내 마음대로 지울 수 있었다. 


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. 


기억 속에서 잊히지 않는 사람 


기쁘고 힘들 때 떠올리게 되는 사람 


모두에게 자랑하고 싶은 그런 사람으로 말이다. 


하지만 반대로 누군가 나를 소중하게 여길 수 있도록 


그에게 아무 조건 없이 모든 것을 나누어 주었는지 


그의 아픔을 내 아픔처럼 함께 괴로워하며  고통을 나누었는지 


나의 시간을 쪼개 기꺼이 그 사람의 생활 속으로 들어갔는지 돌이켜 보는 일은 적다. 




그리고, 청혼? 



가을을 감동으로 몰고 가는 단품의 붉은 마음과  


헛됨을 경계하는 은행의 노란 마음을 모아 


내 눈빛이 


사랑이라는 한마디 말도 없이 


그대의 마음속으로 숨어 버린 그날 이후 


내 모든 소망이었던 그 한마디를 씁니다. 


저와 결혼해 주시겠습니까!?  


 

+



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것을 믿고 있을까. 


나 혹은 내 아이가 스스로 꿈을 실현할 수 있을지 믿을 수 없기에 


보험에 들기라도 하듯 좋은 학벌만 쫓아간다. 


이 세상에는 공부 잘하는 사람만 필요한게 아닌데도 말이다. 


그리고 내 마음을 다 주고 싶은 사람, 내가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사람보다는 


나보다 더 좋은 조건을 갖춘 사람, 


그래서 나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사람과 결혼하기 바란다. 


자신의 삶을 스스로 가꾸어 일구는 것보다 


모든 걸 갖춘 누군가를 만나 얹혀사는 것이 마치 더 성공한 삶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. 


<그 사람 더 사랑해서 미안해/ 고민정> 中에서



'당신'으로 인해 특별해진 '나'

 그녀가 경제적인 가치나 사회적인 지위를 따지지 않고, 온전히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택할 수 있던데는 이유가 있다. ‘그 사람’으로 인해 내가 특별해졌기 때문이다. ‘그 사람’에게 내가 유일한 존재가 되었고, '그 사람' 덕분에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알았기 때문이다. 평소에 큰 꿈없이 살아가던 그녀에게 '아나운서'라는 꿈을 심어준게 바로 남편 조기영 시인이다. 조기영 시인 또한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을 위해 자신의 꿈을 포기해야 할 순간이 오자 고민정 아나운서는 절대로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말한다. 당신으로 인해 내가 꿈을 이뤘으니, 이제는 내가 당신의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. 이렇게 그들은 서로가 서로로 인해 특별한 사람이 되었다


내가 '밤하늘'할게, 당신이 '별'해

 그들은 당신이 진짜 '별이 되길 바라기에, 그들은 스스로가 '밤하늘'이 되겠다고 자처한다. 내가 더 빛나기 보다, 당신이 더 빛나길 바라는 진심이다. 세상 속에선 내가 더 빛이 나야 살아갈 수 있다. 그리고 내가 더 빛나기 위해 상대를 까맣게 칠해버리는 현실 속에서 이들의 사랑은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한다. 결혼마저도 경제적인 가치를 따져 이익을 보려는 요즘 세상에, 이런 사랑이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큰 위로가 된다. 그래서 지난 나의 사랑이, 혹은 지금 나의 사랑이 자칫 물질적인 것처럼 계산되어 지고 있었던 건 아닐까?

 행복해 보이기만 하던 이들에게도 시련은 있었다. 남편 조기영 시인이 '강직성척추염'을 앓게 되면서 걷지도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. 책 속에서 말하길 고향에서 치료를 받는 남편을 만나러 가는 그 길이 매우 설레였을 뿐 전혀 고통스럽지 않았다고 한다. 이 시기에 조기영 시인은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이별을 고한다. 하지만 그녀는 '그 사람'을 결코 포기 하지 않았다. 이러한 경험들이 조기영 시인의 소설 <달의 뒤편>에 그대로 녹아 있다.


아내는 시를 쓰는 내가 세상에서 훔친 유일한 시다.

 조기영 시인의 최근 소설 <달의 뒤편>에서는 과거 자신이 앓았던 '강직성척수염'을 소재로 아내 고민정 아나운서와의 사랑이야기가 녹아 있는 자전적 소설이다. 단순히 아내와의 사랑이야기에 그치는 것이 아닌, 그 당시 현실 또한 그려내고 있다. 시인이 자신의 몸에 찾아왔던 통증을 권력의 폭력에 비유에 당시의 시대상을 나타낸다. 소설 속에서 남자 주인공 시헌을 통해 그 모습을 볼 수 있다.


고민정, 조기영 그들의 사랑은 '현재진행형'

 보통의 사람들은 나보단 '당신'이 더 날 사랑해주길 바란다. 나도 마찬가지이다. 혹시나 내가 사랑해서 생길 그 아픔이 두렵기 때문이다. 그래서 상대가 날 더 사랑하는 것이, 그 증거로 명품 가방을 사주고, 옷을 사주는 것이 큰 자랑거리가 되어버린 시대이다. 그런 현실 속에 내가 더 사랑한다는 것을 자신있게 고백하는 사람은 얼마 없을 것이다. 그 속에 고민정 아나운서가 있다. 내가 그 사람 더 사랑해서 미안하다고...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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